2024년 07월 29일 by admin 0 Comments

Dr. Jeong Hyun-woo, CEO of einocle, published a paper on ‘Elucidating Embryo Dormancy Principles via Single-Cell Analysis’ and was named a ‘Hanbitsa (People Advancing Korea)’.

1. 논문관련 분야의 소개, 동향, 전망을 설명, 연구과정에서 생긴 에피소드

한 여성이 난민 신분으로 제3국에 정착한지 무려 16개월 만에 출산을 하였는데, 놀랍게도 내전 중에 이미 사별한 남편의 아이였습니다. 이런 일이 정말로 가능할까요? 만약 그렇다면 이 여성과 태아에게는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실 사람 외의 다른 포유류에서는 비슷한 현상들이 꽤 빈번히 관찰됩니다. 생쥐가 출산 직후에 짝짓기를 하는 경우, 새끼들이 젖을 먹는 기간만큼 그 다음 임신 기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곰은 봄에 짝짓기를 하고 겨울잠을 자는 동안 새끼를 낳습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는 임신 기간에도 불구하고, 태어난 새끼의 몸무게는 불과 수백 그램 밖에 되지 않는 미성숙 상태입니다. 유럽 노루는 여름철(~8월)에 번식을 위한 짝짓기를 하고 이듬해 봄(5~6월)에 새끼를 낳습니다. 그런데 1월까지도 자궁 내에는 착상된 배아가 발견되지 않습니다.

이들 모두 배아 휴면(Embryonic Diapause)이라고 하는 신비한 발생 메커니즘에 의한 현상입니다. 배아 휴면은 배반포 단계에서 배아가 발생을 정지하고 자궁 내에 부유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이 기간 동안 세포 분열은 최소화되고 신진대사는 크게 감소하며 착상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배아 휴면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짝짓기 시기나 임신 기간에 관계없이 번식과 발달에 가장 유리한 환경 조건에서 출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그 시기를 제어하는 것입니다. 특히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불리한 조건들, 이를테면 계절에 따른 일조량, 온도, 강우량, 영양상태 등의 변화를 종의 이동이나 동물의 수명 주기에서 배아 휴면 단계의 개입을 통해 회피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곰, 오소리, 개미핥기, 쥐, 유대류에 이르기까지 무려 130종 이상의 포유류에서 이러한 배아 휴면이 관찰되었고, 아직 실험이나 연구를 통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사람을 포함한 영장류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연에서는 자발적인 배아 휴면을 겪지 않는 종에서도 가역적인 배아의 발달 정지를 실험적으로 유도함으로써 훨씬 더 광범위한 종에 걸쳐 배아 휴면 능력이 잠재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입증되었고, 이것은 이 현상의 진화적 중요성에 대한 증거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앞서 예를 든 곰의 경우, 짝짓기 이후 출산까지의 임신기간은 6개월 이상이지만 어미 곰이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고 적정 수준의 체중과 지방량을 확보하여 겨울잠 준비를 마친 이후에 비로소 수정란의 착상이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실제 곰 배아의 발생 기간은 2개월 남짓으로, 심지어 자이언트판다의 경우는 겨울잠을 자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착상 후 발생 기간이 30일에 불과합니다. 그 결과 어미 체중의 수백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미성숙 새끼가 태어나게 됩니다.

하지만 배반포 단계의 배아가 수일에서 수개월, 길게는 1년까지도 이르는 이 휴면 기간 동안 어떻게 생존하고 유지될 수 있는지, 그리고 휴면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착상과 배아 발생이 진행될 수 있게 하는 신호와 메커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았습니다. 이 수수께끼 같은 신비한 현상을 분자적 수준에서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배아 휴면의 진입, 유지, 종료 시점의 생쥐 배반포 전사체 발현을 단일세포 수준에서 분석하였고, 정상적인 착상 전 후의 배아와 비교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배아 휴면 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신호 전달 체계의 역동적인 변화와 기존에 알려져 있지 않던 배아 휴면에 특이적인 유전자 발현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특히 Integrin과 Yap 신호 전달이 배아 휴면의 발달 능력을 보존하는데 필수적이라는 것을 규명함으로써 배아 휴면 과정에서 세포의 생존과 대사 조절이 이루어지는 원리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2. 연구를 진행했던 소속기관 또는 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Insight must precede application.” (지식이 반드시 응용을 앞서야 한다.)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막스 플랑크의 명언을 기치로 설립된 독일의 막스 플랑크 협회(Max-Planck Gesellschaft)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기초과학 연구 기관입니다. 전신이었던 카이저 빌헬름 협회(Kaiser-Wilhelm-Gesellschaft) 시기를 포함해서 지난 113년 동안 무려 4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단일 기관 세계 1위), 매년 우리나라 전체 기초연구사업비의 2배 가까운 예산을 집행하고, 15,000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출판하는 그야말로 넘사벽 연구 기관입니다.

기초과학 연구라는 공통점은 있지만 각각의 독자적인 연구 주제와 분야를 가진 85개의 연구소들이 독일 전역에 흩어져 있으며, 자연과학 뿐만 아니라 인문학, 사회과학 등을 다루는 연구소들도 포함해 약 24,000여명의 연구자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가 한번씩 한국을 방문할 때 독일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일한다고 말씀드리면 “혹시 누구누구 박사님 아세요?” 라는 질문을 종종 받곤 하는데, 제가 아무리 핵인싸 아닌 퀀텀인싸라고 하더라도 24,000명의 동료들을 다 알 수는 없고, 아마 85개 연구소 중에 다른 지역, 다른 연구소에 계시는 분일 거라고 말씀 드리곤 합니다. 그 중 독일 뮌스터(Muenster)시에 있는 막스 플랑크 분자 생의학 연구소(Max-Planck Institute for Molecular Biomedicine)는 약 30개 나라 150여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인터내셔널 팀으로, 현재 3개의 학과(department)와 5개의 연구 그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로 줄기 세포 및 혈관의 생성과 기능에 관련된 기초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3. 연구 활동 하시면서 평소 느끼신 점 또는 자부심, 보람

이번 논문은 개인적으로 저의 3번째 (공동) 교신저자 논문입니다. 다시 말해,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연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저희 연구소를 방문해 주신 한국 연구자분들께 이번 논문의 연구 내용을 소개해 드린 적이 있었는데, 제 발표를 들으시고 난 후 첫 반응이 “정말 흥미로운 연구입니다! 그런데 특히 요즘 한국에서는 절대로 연구비 못 딸 주제네요… 게다가 값비싼 싱글셀 분석이라니…” 였습니다. 그 자리에서는 웃고 넘겼지만 지나고 나니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게 하는 다소 씁쓸한 경험이었습니다.

기초과학 연구를 한다는 것은 어쩌면 뒤집어 말해 돈이 되지 않는 연구를 한다는 의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주로 발생이나 발병 과정에 대한 기초 연구들을 수행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지금 제가 하는 연구들이 인류 복지와 건강 증진에 기여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면 좋겠지만 솔직히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고, 지금은 그저 제가 좋아서, 학문적 호기심을 따라,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것 투성이인 여러 현상과 질환들에 대해 더 잘 이해하고 싶어서 하는 덕질에 가까운 연구 주제들입니다. 이렇게 저의 개인적인 덕질에 필요한 모든 공간과 자금과 인력과 설비와 시약과 응원과 조언을 제공해 준 막스 플랑크 분자 생의학 연구소와 동료 선후배 연구자분들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지치지 않고 즐겁고 행복하게 꾸준히 덕질할 수 있도록 충분한 월급과 휴가 일수도 챙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어차피 덕질할 거 더 열심히 덕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한국과 세계 곳곳에서 묵묵히 우주와 자연과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며 인간 지성의 지평을 넓히느라 돈도 안되는 기초연구에 매진하고 계신 모든 동료 덕후님들, 화이팅입니다!

4. 이 분야로 진학하려는 후배들 또는 유학준비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씀을 해 주신다면?

최근에 해외에서의 연구자 커리어 개발과 관련한 조언을 주제로 세미나 요청을 받았습니다. 아직 창창한 젊은 후배님들에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조언이랍시고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되기도 했고, 자칫 꼰대나 latte is horse가 될까 봐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혹시라도 후배님들이 지금 궁금해 하거나 고민 중인 주제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그냥 솔직하고 담백하게 저의 지난 경험들을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가운데에서 제가 특별히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있었는데,

1)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거나 심각한 문제를 마주했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저에게도 처음 해외로 포닥을 나갈 때 미국이 아닌 유럽으로 가는 것이 맞는가부터 시작해서, 그 이후 크고 작은 어려움들이 있을 때 항상 응원해주고 조언을 해주었던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습니다. (구본경 IBS 단장님, 권민철 박사님, 김영웅 박사님, 김기표 교수님, 양지훈 박사님, 이윤수 박사님, 윤주용 박사님께 이 자리를 빌어 특별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여러분은 결코 혼자가 아니고, 여러분이 요청할 때 기꺼이 시간과 노력과 필요하다면 어깨까지 내어 줄 수 있는 선후배 친구 동료들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러분도 다른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이길 바랍니다.

2) 유명한 독일의 철학자인 쇼펜하우어는 그의 저서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알고 있으며 그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면, 삶의 계획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 그 사람은 용기를 얻고, 스스로 자극하고 고무시키며, 잘못된 길로 빠지는 일이 없을 것이다.” 여러분도 여러분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나,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그것을 매순간 끊임없이 확인해 보시기를 바랍니다. 어쩌면 현실의 상황이 여러분의 생각만큼, 혹은 생각했던 것 보다도 더 힘들고 잔인할지도 모르지만 여러분이 가는 길의 방향 만큼은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3) 우리 앞에는 수없이 다양한 미래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여러분은 각자의 미래를 그려보고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준비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여러분 스스로 그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수많은 인생 선배들이 이미 인용했던 것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그 미래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5. 연구 활동과 관련된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지금 당장은 네번째, 다섯번째 (공동) 교신저자 논문을 동시에 마무리하는 과정 중에 있습니다. 이제는 혼자서 단독으로 수행하는 연구가 거의 없는데, 애초에 연구는 혼자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나니까 세상에 얼마나 많은 훌륭한 전문가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들 모두가 저의 잠재적인 동료라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기초연구 뿐만 아니라 희귀 난치성 질환에 대한 임상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제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로운 진단 및 치료법 개발 연구에도 매진해 보려고 합니다.

6. 다른 하시고 싶은 이야기들…..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평소에 그 마음을 잘 표현할 기회가 없었던 분들께, 이 기회를 빌어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문자 그대로 동고동락하며 쉽게 끊어지지 않는 세 겹 줄처럼 서로 의지하고 있는 한국인 동료 연구자, 박홍렬 박사님, 고봉인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두 분 모두 곧 있을 좋은 소식들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하며, 응원하며, 미리 축하 드립니다!

부족한 저를 준멤버처럼 늘 환대해주시고 격려해 주시는 KIST 유럽연구소 김수현 소장님, 김용준 단장님, 류창선 박사님, 전인동 박사님, 김영삼 박사님, 서정호 실장님께 감사 인사 드립니다. 대한민국 유일의 해외 설립 정부출연연구소로서 한-EU 연구 협력의 핵심 거점 역할을 늘 응원하겠습니다.

독일 내 한인 기업가, 연구자, 학생들의 교류와 한국의 과학기술 및 산업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자발적인 헌신과 열정을 아끼지 않는 존경하는 배동운 회장님 이하 모든 재독과협 임원 여러분께도 감사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저의 자랑스러운 스승이자 선배이자 멘토이신 국보급 과학자, IBS 혈관연구단 고규영 단장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와 존경의 뜻을 전합니다. 여전히 많이 부족하지만 제가 지금보다도 훨씬 더 어리고 미숙했던 시절부터 항상 응원해 주시고 아껴 주시고 격려해 주신 덕분에 이렇게 제가 연구를 계속해 나갈 수 있었습니다.

고려대학교 기계공학부 정석 교수님께도 늘 감사드립니다. 사실 지금도 교수님께서 저를 왜 그렇게 예뻐라 해 주시는지 잘 모르겠지만(제 이름이 아드님 이름과 같아서 라는 게 진짜 이유가 되나요?) 암튼 제가 늘 받기만 해서 언젠가는 꼭 보답해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정밀 의료 실현이라는 장대한 목표를 가지고 오늘도 무에서 유를 창조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는 소중한 아이노클(주) 동료 여러분, 최성균 대표님, 김호진 박사님, 구희선 연구원님, 윤다영 연구원님, 그리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대학병원 김용수 교수님께도 온 마음 다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아무쪼록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수고와 노력이 질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과 그 가족들, 환자들을 위해 불철주야 수고하시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아주 조금이나마 희망과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늘 원하고 바라고 기도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여전히 서로를 향해 끈끈한 일상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포고 단톡방 멤버들(자, 힐, 쭈, 작, 루, 엘, 곤, 역, 운, 레)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가족들과 항상 곁에서 삶의 이유와 목적이 되어주는 아름다운 아내와 사랑스러운 세 딸들에게 감사와 사랑의 인사를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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